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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9-11-29 12:03
두려움이 마음에 엄습하면
 글쓴이 : 정원영 …
조회 : 753  

‘정채봉’님의 『눈을 감고 보는 길』(샘터)에서 일부를 옮겨 봅니다.

이 장터에서 저 장터로 흘러 다니는 유랑극단이 있었다. 가수며 마술사며 차력사며 곡예사며 모두가 한 식구였다. 그런데 다음 장을 향해 가고 있던 이들이 비를 만나 공동묘지가 보이는 한 제각에서 밤을 나게 되었다. 다행히 비가 멈춰 마당 한가운데서 모닥불을 피워두고 연습을 하던 이들은 불침번 순서를 정한 다음 분장한 채로 잠자리에 들었다. 밤이 깊었다. 간혹 바람이 불었고 공동묘지 쪽에서 여우가 울기도 하였다. 불침번을 선 가수는 귀신이 나올 듯한 분위기에 무서움을 느꼈다. 그래서 다음 순서인 광대를 깨우고서 서둘러 담요 속으로 들어갔다. 바람에 문풍지 떠는 소리가 가수의 선잠을 깨웠다. 살며시 눈을 떠서 마당을 내다본 가수는 가슴이 컥 막혔다. 귀신이 모닥불 가에 쪼그리고 앉아 있지 않은가. 가수는 옆에 잠들어 있는 차력사를 깨웠다. 그리고는 간신히 말했다. “저기 저… 모닥불 가에 귀… 귀신이….” 그러자 차력사는 벌떡 일어나서 뒷문 밖으로 내달리며 소리를 질렀다. “귀신이다아!” 가수도 달아났다. 곡예사도, 마술사도 달아났다. 숨이 턱에 닿게 달리던 가수는 뒤를 슬쩍 돌아보았다. 그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귀신이 저만큼서 쫓아오고 있었던 것이다. 가수는 더욱 종종걸음을 쳤다. 곡예사도, 마술사도, 차력사도 ‘걸음아 날 살려라’고 달렸다. 광대도 헉헉 가쁜 숨을 몰아쉬며 달렸다. 마침내 강가의 모래밭에 이른 가수는 더 이상 달리 수가 없어 푹 고꾸라졌다. 차력사도, 곡예사도, 마술사도 푹푹푹 고꾸라졌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귀신도 그들 곁에 와서 쓰러진 일이었다. 가수가 가만히 귀신을 건너다보았다. 곡예사도, 마술사도, 차력사도 귀신을 멀건이 바라보았다. 그들은 일제히 놀랐다. “아니 넌, 광대 아니냐?” 귀신 옷을 입은 광대는 이마의 땀을 닦으며 되물었다. “귀신은 어디 갔지?”

사람은 두려움이 마음에 엄습하면 쉽게 이겨내지 못합니다. 공포감이 만들어지면 사물을 인식하는데 있어 혼란을 갖게 되기 때문입니다. 특별히 빛이 사라진 야밤과, 산과 들처럼 사람들이 없는 공간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어려서 배낭을 메고 산으로 들로 다니던 때가 있었습니다. 산과 들을 오르내리며 흘리는 땀 사이로 스쳐가는 바람의 내음이 싱그러움으로 다가옴을 느끼면 산사람이 된다고들 합니다. 그런 때였습니다. 배낭을 짊어진 횟수가 더해지자 야간 산행이라는 것에도 빠져들기 시작했습니다. 해질 무렵부터 시작해서 어둠을 가르며 오르는 산행은 해가 잠들어서인지 시원하고 또한 고요했습니다. 야간산행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었습니다. 급기야 어두운 산길을 혼자서 오르내리는 묘미에도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그즈음에 있었던 몇 번의 경험들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때는 온통 신경이 곤두 서 있어서 작은 소리에도 민감했습니다. 헤드렌턴 하나로는 그 두려움을 떨쳐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조마조마한 가슴을 부여잡고 산을 오르다보면 앞쪽 어디에선가 어떤 커다란 존재가 앞을 가로막고 서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순간 얼마나 떨리던지요. 그리고 그 옆에서는 흔들흔들 손을 저으며 ‘이리와 이리와…,’ 하고 부르는 것만 같았습니다. 그때 바람까지 불더니 뭔가 휘이익…, 내 앞으로 날아갔습니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놀란 가슴을 웅켜쥡니다. 순간 뒷머리가 번개에 맞은 듯 빳빳하게 일어섰습니다. 입술은 타고 가슴은 쿵쿵거리고…, 몸을 움직일 수 없었는데 오히려 눈은 크게 떠졌습니다. 그리고 ‘저것이 무엇일까?’ 놀라 마음을 진정시키며 뚫어져라 쳐다보았습니다. 동공이 열리며 달빛과 별빛을 모았는지 사물의 형체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커다란 존재는 큰 바위였습니다. 이슬이 내렸고, 달빛에 빛나고 있었고, 나무 그림자로 인하여 어떤 곳은 밝고 어떤 곳은 어두웠기에 마치 커다란 존재처럼 보였던 것입니다. 흔들흔들 거리며 이리오라고 하는 손짓은 이슬이 내린 나뭇잎이 달빛에 빛나며 아른거리는 것이었습니다. 뭔가 날아간 물체는 누군가 버려둔 과자봉지 아니면 나뭇잎입니다. 정확한 사물의 모습이 인식되자 공포감이 물러갔습니다. 이 경험을 하게 된 뒤로 두려움이 생기면 오히려 사물을 제대로 인식하려고 눈을 크게 뜨고 집중했습니다. 이렇게 하다 보니 어느 덧 어두운 산길이 평안해졌고 휘파람을 불어대는 바람소리에도 그 바람을 타고 바스락 거리는 수풀 소리에도 반갑고 정겨움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있지도 않은 어떤 존재를 자연물에서 스스로 만들어 결국 공포감이 나를 지배하게 했던 것입니다. 이 공포감을 이겨내지 못하면 평생 혼자서 오르는 야간산행은 해볼 수 도 없고 또한 다른 환경에서도 더 많은 두려움을 갖게 될 것입니다.

작가의 글 속에 있는 네 사람도 바로 이런 상황이었을 것입니다. 공포감 때문에 동료의 모습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습니다. 도망가는 세 사람은 귀신이 무서워서 달렸고, 광대도 자신만 남겨두고 멀리 달아나고 있는 동료를 놓치지 않으려고 죽기 살기로 달렸을 것입니다. 두려움 때문에 상황과 사물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해서 생긴 일입니다. 사람에게 있어 두려움은 내부의 적입니다. 하지만 두려움은 미래의 불확실성에서도 발생합니다.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엄습하면 판단력을 잃게 되고 집중력이 떨어집니다. 결국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놓치게 됩니다. 그래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극복하려면 야간 산행을 하던 중 눈을 크게 뜨고 집중하여 사물을 직시하여 실체를 확인해야 하듯 결국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현실을 직시하는데서 부터 출발합니다. 현실직시를 달리 말하면 지금 해야 할 일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지금 해야 할 작은 일에 집중하여 작은 성취들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런 성취들이 쌓이면 미래에 대한 그림을 더 명확히 그릴 수 있게 되고 결국 자신의 길에 더 집중하게 됩니다.

신앙인에게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삶과 믿음이 흔들려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을 때가 있습니다. 이럴 때 두려워하지 말고 오늘 당장 해야 할 일에 집중하면 됩니다. 틈틈이 기도하고 말씀을 읽고 묵상하며 빛과 소금의 삶을 살기위해 선한 일들을 도모하는 등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소소한 일상을 신앙인의 모습으로 집중해야 합니다. “두려워하지 말라 내가 너와 함께 함이라 놀라지 말라 나는 네 하나님이 됨이라 내가 너를 굳세게 하리라 참으로 너를 도와주리라 참으로 나의 의로운 오른손으로 너를 붙들리라(사41:10)” 하셨습니다. 도와주고 굳세게 해 줄 테니 두 손 놓고 기다리라는 것이 아니라 지금 해야 할 일들을 하나하나 해 나가라는 뜻입니다. 오늘 작은 일을 하나하나 용기를 내서 해 나갈 때 하나님을 위해서도 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오늘 해야 할 일에 집중합시다. 오늘 잠자리에서 일어날 때 주와 동행하기를 기도했나요? 이런 소소한 일을 놓치지 말고 해보세요. 두려움에 여러분을 스스로 가두지 말고 작은 일부터 해보세요. 주의 일을 성취할 수 있게 됩니다. 주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십니다.